지금 이 상황에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라.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 막막하다는 느낌, 그녀가 미워지는 마음, 모든 것이 원망스러운 감정. 이런 것들은 가능한 생각하지 말자. 내 삶이 망가졌다는 절망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이 순간에는 잠시 내려놓자.
어차피 모든 일은 그저 벌어지고 지나가는 사건이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교통사고처럼, 나에게도 예고 없이 찾아와 내 삶을 휩쓸고 지나갈 뿐이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면 인생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슬퍼지고, 더 이상 일어날 힘조차 없어질지 모른다.
퇴근길, 혼자 터벅터벅 걷다 보면 주변의 창문마다 환하게 빛나는 불빛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 중에도 분명히 우리 부부처럼, 마음이 힘들고 지친 이들이 있을 텐데, 그들은 이 긴 밤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 것일까. 나처럼 홀로 아기를 키우는 아빠들도 어딘가 분명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이 흘러가다 보면 자연스레 SNS를 멀리하게 된다. 화면 속에서 모두가 행복해 보이고 완벽해 보이는 모습들. 나 역시 그런 사진들을 올릴 때가 있었고, 누군가 나의 SNS를 보며 부러워했을 수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환한 웃음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아무도 모른 채로.
가족사진을 다시 보니, 우리 셋 모두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 안에는 각자의 다른 생각과 서로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씁쓸한 기분만이 남아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결국 괜히 예전의 게시물을 뒤적거리다, 어떤 찔림에 사로잡혀 그녀가 등장한 사진들을 하나씩 지웠다. 지우고 또 지우고 나니, 남은 건 어지럽게 흩어진 내 SNS의 조각들뿐이었다. 마치 억지로 내 마음속에서 도려낸 기억처럼, 지우고 싶었던 상처처럼 산산조각 난 내 청춘처럼.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모든 건 결국 나의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녀가 떠나간 것도 결국엔 나의 무심함 때문이었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이 내 가슴속에 깊숙이 남았다.
그렇게, 아무리 감정을 배제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 내 마음은 다시 한번 제멋대로 무너지고 있었다.
이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