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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번째

언젠가부터
아기가
밤에 자다가 깨면
할머니를 찾는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는
밤마다 나를 찾고 울고 그랬는데...

이제는

집에 가자
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고

방에 가자
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가 마련해 준 자기 방에 들어간다

원래 살던 집보다 넓은 집이기에
붕붕카를 타고
집을 신나게 누비고 다니고
이방 저 방 뛰어다니면서
깔깔거리면서 웃는다

이방 저 방 던져놓은
인형과 장난감들을 찾아다니고
잠들기 전에는
칭얼거리면서 아빠를 찾던
아기가
“할머니 책 읽어주세요”
하면서

할머니 옆에 조용히 누워
할머니가 읽어주는 책을 듣다가
잠이 든다

적응을 해야 하는 것은
나였지
아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고맙고
또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빠도 빨리 적응해야지

앞이 보이지 않던 하루하루도
이제 조금씩 길을 찾아간다

모든 것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중
이라고 설명하면
조금 서글프지만
모든 것은 다시 자기 자리를 찾는다

이곳저곳에 쌓여있던 내 옷들도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사방에 흩어져 있던
나의 물건들도
하나 둘 자리를 찾아 안착한다



나도 천천히 이곳에 자리를 잡아간다

내 마음도 다시 자리를 찾아간다